국가 백신구매 32개사 서로 짜고 입찰담합 '제재'
2023/07/22 11:0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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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낙찰예정자 들러리 등 합의 행위…과징금 409억 원 부과 결정
백신 담합 업체별 과징금.jpg
국가가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백신구매 입찰에서 낙찰예정자, 들러리 등을 합의한 행위에 대한 업체별 과징금 부과 내역이다. 김주영 기자

 

의약 32개 사업자가 국가가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백신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409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에 근거하면, 1개 백신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6개 백신총판인 광동제약㈜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에스케이디스커버리㈜ 유한양행㈜ 한국백신판매㈜, 25개 의약품도매상 등 총 32개 백신 관련 사업자들의 입찰 담합을 제재했다. 


백신 관련 사업자들의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사전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한 후 투찰할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09억 원(잠정금액)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백신제조사는 백신을 실제 생산하는 회사를, 백신총판은 백신제조사와 공동  판매계약을 체결한 회사를, 의약품도매상은 이들로부터 백신을 공급받아 병·의원, 보건소 등에 유통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해당 사건의 입찰담합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먼저 이들이 담합한 대상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간염 백신, 결핵 백신, 파상풍 백신, 그리고 자궁경부암 백신(서바릭스, 가다실), 폐렴구균 백신(신플로릭스, 프리베나) 등 모두 24개 품목에 이른다.


또 백신입찰 시장에서의 장기간에 걸쳐 고착화된 들러리 관행과 만연화된 담합 행태로 인해 입찰담합에 반드시 필요한 들러리 섭외나 투찰가격 공유가 용이했다. 

낙찰예정자는 전화 한 통으로도 쉽게 들러리를 섭외할 수 있었고,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에 따른 학습효과로 각자의 역할이 정해지면 굳이 투찰가격을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투찰함으로써 이들이 의도한 입찰담합을 용이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투찰방식을 보면, 낙찰예정자는 최대한 높은 금액으로 낙찰받기 위해 '기초금액'(조달청이 시장가격, 전년도 계약가 등을 참고하여 검토한 가격으로 입찰참여자들은 상한가격으로 인식)의 100%에 가깝게 투찰하고 들러리는 이보다 몇 % 높게 투찰하는 방식이다.


정부조달방식의 변화에 따라 담합참여자들이 변화됐다.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가 생산하는 백신(자궁경부암 백신, 폐렴구균 백신 등)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제3자단가계약방식’(정부가 전체 백신 물량의 5-10% 정도였던 보건소 물량만 구매)에서 ‘정부총량구매방식’(정부가 연간 백신 전체 물량을 전부 구매)으로 2016년(일부 백신은 2019년)부터 조달방식을 변경하자,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총판이 백신입찰담합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직접 들러리를 섭외하고 백신총판이 낙찰예정자로 등장했다.


구체적으로 백신조달에 있어 기존 ‘제3자단가계약방식’에서는 의약품도매상끼리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바꿔가면서 담합해 왔으나, ‘정부총량구매방식’에서는 낙찰예정자가 의약품도매상이 아니라 백신총판이 된 것이다. 다만, 의약품도매상은 구매방식 변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러리 역할을 수행하고, 백신총판은 들러리 역할은 하지 않았다.


특히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그리고 에스케이디스커버리㈜〔구 에스케이케미칼㈜〕 등 3개사의 경우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2011년 6월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이 사건 입찰담합에 참여함으로써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관련해 이 사건 담합으로 낙찰받은 147건 중 117건(약 80%)에서 낙찰률[= (낙찰금액/기초금액) × 100)]이 100% 이상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통상적인 최저가 입찰에서 100% 미만으로 낙찰받는 것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 김주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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