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이 동의하지 않는 양곡관리법, 농안법, 재해2법 개정안을 국회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과수농협연합회는 지난 11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된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야권 의원들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가 남는쌀을 다 사주고, 가격까지 보장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매년 쌀 매입과 목표가격에 대한 차액 보전 비용에 수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며, 이는 과수, 채소 등 원예농산물 등 국민 식생활에 중요한 다른 품목에 대한 예산 축소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쌀에만 집중된 제도가 재발의되는 등 동일한 내용의 제도가 소모적인 논쟁만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간 해당 내용이 강행처리 될 때마다 지속적으로 재검토 입장을 명확히 했으나 또 다시 강행처리가 반복되는 것은 농업을 정쟁의 도구로만 보며 100만 농업인을 무시하고 들러리 세운 것이다고 주장했다. 

농업 발전과 식량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쌀 외 다양한 작물에 대한 장기적, 안정적인 국가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제기된 우려사항이 해소되지 않은 채 추진된 금번 처리는 농업 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농안법 및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인 특정 품목을 상대로 인위적인 의무매입과 가격보장을 위한 제도를 실시할 경우 해당 품목으로 생산이 집중되고, 기준가격이 보장되는 품목으로 생산 증가가 이루어질 경우, 수급 불안으로 농업 현장은 물론 시장질서 혼란을 야기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업인의 수급의무가 전제되지 않은 가격안정제는 농업인의 경영 안정과 소비자물가 부담을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동안 생산자단체, 학계,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논의해 마련한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방안’을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은 ‘재해복구 비용에서 생산비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재해 피해 발생 시 누구나 그 어떤 부담, 책임 등 없이 생산비 수준의 복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면 농업 현장에 재해 피해 발생이 만연화될 것이며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이미 생산비를 보상하고 있는 재해보험과 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행정구역 단위로 보험료율을 산정할 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따른 할증을 적용하여서는 안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시·군 내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보험료율이 적용되도록 하여 재해 예방시설을 설치해 재해 피해를 방지한 농가와 그렇지 않은 농가가 같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므로, 오히려 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한 농가가 역차별을 받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여러 차례 보상받은 농가로 인해 모든 가입자의 보험료가 인상되어 재해위험도가 낮은 지역·농가가 보험에서 이탈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은 정부, 농업인 단체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과실을 비롯한 농산물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