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원인은 생축, 축산물 등 감염원의 이동, 잔반급여 등이 주 요인으로 멧돼지 매개는 미미한 만큼 무차별 포획 보다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설 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환경부와 국립환경자원관이 주관한 가운데, ASF 대응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지난 2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토론회는 '인간과의 공존을 위한 야생동물 질병 관리'를 주제로 진행됐다.   

발제로 최재천 이화여대 동물행동학 교수의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향 제시', 서울대 유한상 수의학과 교수의 'ASF 바이러스 특성과 발병원인, 감염경로 및 관리방안', 서울대 이우신 야생동물 생태관리학과 교수의 'ASF의 효과적 대응을 위한 정책 및 전략 제시'가 발표됐다.

유한상 교수는 ASF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의 모든 연령 돼지와 야생멧돼지에 감염돼 출혈성, 열성 증상을 유발시켜 2~10일 사이에 폐사율 100%를 나타내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고 밝혔다. 

ASF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없으며, 사람 건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ASF바이러스는 돼지 살코기 및 분쇄육 105일, 염장육 182일, 조리육(70도 30분) 사멸, 건조육 300일, 훈제 및 살코기 30일, 냉동육 1,000일, 냉장육 110일 생존한다.

또 돼지 내장 105일, 가죽·지방 300일, 혈액(4도에 보관시) 18개월, 분변(실온) 11일, 혈액 제제 15주, 오염된 돈사 1개월 동안 살아남는다. 

ASF 바이러스는 56도에서 70분, 60도에서 30분을 유지하면 사멸하며 저온에서는 고도의 저항성이 있다. 또 강산(PH 3.9 이하)·강알칼리(PH 11.5 이상)에서 사멸하고 혈청이 있으면 내성이 증가한다. 

화학제·소독제로는 8/1000 가성소다에서 30분, 2.3% 염소에서 30분, 3/1000 포르말린에서 30분, 3% ortho-phenyphenol에서 30분 소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유 교수는 ASF의 4단계 역학적 특성을 비롯한 주요 전파매개체로 ▲야생환경단계의 야생멧돼지와 물렁진드기 ▲사육환경의 물렁진드기와 사육돼지 ▲사육돼지와 돼지 유래 용품 ▲야생멧돼지, 돼지와 야생멧돼지 유래 제품, 사체, 서식지 등을 꼽았다.  

국가별 ASF 발생원인으로는 해외불법 반입 돼지고기(생산물)를 매개로 포르투갈(1957년), 스페인(1960년), 이탈리아(1983년), 벨기에(1985년), 벨라루스(2013년), 우크라이나(2012년), 몰도바(2016년), 루마니아(2017년), 체코(2017년)에서 발생했다.

공·항만 남은 음식물 급여로 포르투칼(1957년), 말타(1978년), 이탈리아 사르디나섬(1978년), 그루지아(2007년), 벨라루스(2013년)에서 ASF가 발병했다. 야생멧돼지 매개는 러시아(2007년), 폴란드(2014년), 리투아니아(2014년), 에스토니아(2014년)에서, 감염된 진드기로는 포르투갈(1985년)이 유일하다. 

유럽의 ASF 발생원인은 생축, 축산물 등 감염원의 이동 38%, 잔반급여 34%, 원인불명 22%, 감염농장 주변 추가 감염 2%, ASF 감염 야생멧돼지 접촉 2%, ASF 감염 사육돼지 판매 1%, 사람에 의한 직접 접촉 1% 등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ASF 전파 요인을 분석하면 잔반급여와 사람·차량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생축운송이 52건으로 농업부기자간담회(2018년 10월)9건, 농업부뉴스브리핑(2018년 11월) 13건, CCTV 취재 14건, ASF 국제회의 중국 연구자 발표 16건이다. 잔반급여는 117건이며, 농업부기자간담회 13건, 농업부뉴스브리핑 23건, CCTV 취재 32건, ASF 국제회의 중국 연구자 발표 49건이다. 사람·차량 또한 117건으로 농업부기자간담회 4건, 농업부뉴스브리핑 32건, CCTV 취재 35건, ASF 국제회의 중국 연구자 발표 46건이다. 

국내에서 ASF는 지난 9월 17일 파주시 연다산동 최로 발생후 11월 22일까지 사육돼지 14건, 야생멧돼지 26건이 발생했다. 

아직 감염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농식품부는 ASF 감염위험지역, 발생·완충지역, 경계지역, 차단지역 등 4개 관리지역으로 구분해 차별화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또 접경지역에서의 야생멧돼지 예찰과 방역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ASF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농장 단위 방역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유교수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우신 교수는 국내 멧돼지 ASF 발병은 연천군 DMZ 내에서 최초로 감염 사례를 확인한 이후 지난 11월 22일 현재 26건이 발생했다. 양돈농가는 지난 9월 17일부터 11월 18일 동안 38만963마리 사육돼지를 살처분 매몰했다. 이는 구제역 이후 가장 많은 사육돼지를 살처분한 것으로 이후 연천을 마지막으로 잠잠한 상태이다. 

지난 10월 15일부터 야생멧돼지 전면 포획 조치에 들어가 17일까지 126마리가 포획됐다. 이후 전국으로 확대해 지난 11월 10일 현재 약 1만5천마리의 멧돼지를 포획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ASF발병 원인과 전파 경로를 아직 정확하게 찾지 못한 상황이고 멧돼지 ASF감염은 DMZ와 민통선 주변 지역에서만 확인된 점이다. 경기도와 강원도를 제외한 이남 지역에서 포획된 9,500여 마리의 멧돼지에서는 ASGV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2008~2012년 동안 ASF 감염 요인 통계분석 결과 △수송 및 선적, 이동 중의 접촉 108건(38%) △남은음식 사료 급여 100건(35%) △야생멧돼지로 인한 감염 4건(1.4%) 등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해외의 ASFV 전파 원인을 분석한 연구사례를 보면 멧돼지에 의한 감염이 아닌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제시했다.  

국내 ASF 대처 문제점으로 전면 포획인 개체군에 큰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행동권을 확산시키고 분산을 유도해 오히려 ASF 전파억제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가까지 출현해 인간과의 출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국내 ASF 대처방안으로, 포획이 불가피할 경우 동물생태학적 개념을 도입해 해당 지역의 멧돼지 서식 밀도, 행동권과 같은 기초적인 생태 정보를 수집하고 행동권을 토대로 한 서식지 내 적정개체수 산출을 통해 carrying capacity(K)를 설정한다. 또는 최소존속개체군의 크기를 설정한 다음 포획 기준을 설정해 일정 개체수 이하로 포획작업이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한의 전반적인 ASF 방병 현황 및 MDZ 주변 발병 현황과 대처 방안 공유가 필요하다. 남북한 공동연구를 통한 DMZ에 서식하는 멧돼지의 행동권 및 이동경로 파악은 ASF 확산 방지 대책 마련에 중요한 부분이다. 

나아가 해외 사례로 체코의 ASF 대처 방안을 벤치마킹하면, 2017년 6월 26일 최초 발생 이후 2018년 2월 8일까지 228일 동안 230건이 발병했다. 2018년 이후 추가 발병이 없어 지난 4월 세계동물보건기구에 ASF 청정국임을 선언했다. 체코는 발병 2년만에 ASF를 박멸한 성공적인 방역 국가에 평가받고 있다. 

체코의 방역방침에서 멧돼지 개체군 포획은 ASF 박멸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ASF 주요 감염원은 오랜기간 감염된 상태로 남아있는 사체이고 감염 지역 내의 멧돼지 무리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감염된 개체는 95%의 높은 치사율을 보이고 전염성은 10% 정도로 낮으며, ASFV는 오랫동안 주변 환경에서 잔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코는 4단계 방역전략을 ▲STOP= 모든 사냥을 멈추고 감염 지역을 그대로 유지 ▲SEACH= 지속직인 모니터링과 예찰을 통해 멧돼지의 사체를 찾아야 함 ▲UNDERSTAND= 역학 현황과 감염된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 ▲MAKE= 멧돼지를 감염 지역으로 몰고, 마지막에 사냥을 통해 감소시킴 등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토지이용이 고도로 이뤄져 있으며 야생동물 종 다양성이 높지  않을 뿐 아니라 대형 맹수류가 멸종된 현실에서 멧돼지는 대형포유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고강도 포획이 지속될 경우 지역개체군이 소실될 수 있으며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ASF 확산을 막기 위한 전면 포획은 생물다양성 유지 측면에서도 신중한 검토후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설 훈 의원은 "방역에 성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종식된다 해도 상황이 끝나는 것이 아니며 원인 및 감염 경로 등으 정확히 규명해 효과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살처분 피해 농가대책, 살처분의 적정성,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동물복지 제도 등을 잘 점검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