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의료기기 회사 '애보트사'가 대한심혈관중재학회에 연간 12차례 해외학회비 2억 5000여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의원(안산단원갑, 더불어민주당)은 5일 국정감사 자료 분석을 통해 이같이 지적하며,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만든 일명 K-선샤인액트(경제적이익 제공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출보고서에 의하면 '애보트사'는 대한심혈관중재학회에 2018년 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년여간 총 12차례 해외학회비 2억 5000여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보트사'는 심혈관계 진단기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미국의 다국적기업으로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같은 기간 대한심혈관중재학회 홈페이지에 학회 일정이 기록된 해외학회가 총 29회 인 것을 볼 때 '애보트사' 단 1곳의 해외학회 지원이 45%를 점유하고 있다. 1회당 지원규모는 최대 5000만원에서 5만원 수준으로 다양하지만 학회를 위해 경비를 지원한 인원이 몇 명인지는 기록되지 않았다.

애보트사 외 다른 업계까지 조사한다면 학회지원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여지는 데목이다. 

또한 애보트사는 2018년 3월 28일 오후 6~9시까지 14명의 한 병원 관계자를 대상으로 1인당 1만 6235원의 식음료비를 지출해 총 22만 7290원을 쓴 것으로 기록돼 있다. 애보트사가 제출한 지출보고서 중 개별 의료기관에 시행한 제품설명회는 이것 단 1건이다. 

의원실 확인 결과, 부산시 소재 이 식당은 소고기구이 전문점으로 저녁시간 메뉴는 국밥류를 제외하고는 가장 싼 메뉴가 1만 6000원짜리 불고기이며 주메뉴는 100g 1인분에 3만 3000원에서 2만 3000원하는 소고기구이 요리다.

당시 진행했던 제품 'Architect(아키텍)'는 십 여년 전부터 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혈액분리 면역측정장비로 병원에 제품설명회를 하기에는 너무 보편화된 제품이다. 게다가 제품 자체 크기가 큰 시스템장비여서 식당에서 시연을 할 수 없고 식당에서 제품설명회를 개최했다고 하는 것이 사실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K-선샤인액트가 시행된지 3년이 됐고 수차례 제대로된 검토를 해달라는 요구를 국회 등으로부터 받았지만 보건복지부는 3년동안 단 4개 업체의 지출보고서를 제출받아 작성하는데 문제가 없는지만 검토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제약업계와 의료기기업계에 지출보고서에 대한 모니터링 설문조사 응답을 보면 제약업계는 73.8%가 하는 반면 의료기기업계는 24.1%만 하는 등 6206곳 중 1962개업체 뿐이어서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답변한 업체 중 188개 업체인 6.5%는 의무화된 지출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K-선샤인액트는 제약, 의료기기업계의 만연된 리베이트 제도를 양성화해 불법 요소를 없애고자 미국의 선샤인액트 프로그램을 따라 만들어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1월부터 시행된 제도다. 

업계는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제품설명회를 통한 약간의 편의제공, 학회 등을 통한 지원이 가능하며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을 때는 반드시 지출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요청하면 이를 제출하도록 ‘약사법’과 ‘의료기기법’에 명시돼 있다.

그렇지만 제도 시행 3년차 아직까지 보건복지부의 지출보고서 검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다가 최근 2018년에 작성된 지출보고서에 대해서 4곳의 제약, 의료기기업계에 샘플조사 형식으로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복지부가 제출받은 지출보고서 중 제약, 의료기기회사 1곳씩 총 2곳을 국정감사를 위해 고 의원실에 제출한 것이 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