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국내산 100% 고춧가루'로 속여 중국산 고춧가루를 27억 상당 판매한 업자가 구속됐다.

국산 고춧가루에 대한 신뢰도 저하를 비롯해 고춧가루 유통질서를 교란시킨 악덕 행위로, 소비자에게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30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의거하면, 값싼 중국산 고춧가루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해 수십억대 매출을 올린 판매업자 A씨(61세)를 구속했다. 

A씨는 중국산 고춧가루를 대량 구매한 뒤 국내산과 혼합하거나 100% 중국산을 그대로 소분‧재포장(500g, 1kg, 2.5kg)해 판매하면서 재배부터 포장까지 재배농민이 직접 관리‧감독하는 제품이라고 거짓 광고했다. 

2018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유명 인터넷 쇼핑몰 5곳을 통해 총 93톤의 고춧가루를 판매해 약 27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동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약 4만 명에 이르렀다. 

현행법에 의거하면, A씨처럼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는 경우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작년 11월 김장철 성수기에 '원산지 위반 고춧가루 제조‧유통업체 기획수사'를 실시했다. 이후 유사한 수법으로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적인 기획수사를 벌여 A씨를 적발, 구속한 것이다.

민생사법경찰단은 인터넷에서 국내산으로 판매되는 고춧가루 20여 종의 제품을 구매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원산지 검정의뢰한 결과, 이중 일부 업체의 제품이 외국산으로 판정돼 수사에 착수했다. A씨가 판매하는 제품을 총 6회에 걸쳐 원산지 검정한 결과 모든 제품이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구속된 A씨는 2012년 농업회사 법인을 설립하고 아들, 딸, 사위 등 일가족을 동원해 기업형으로 사업장을 운영해왔다. 법인 구성원 중에 농민이 단 한 명도 없었음에도 해당 법인에서 고추를 직접 재배해 고춧가루를 생산‧판매하는 것처럼 거짓광고로 소비자를 속였다. 

실제 A씨가 인터넷 쇼핑몰에 게시한 상품설명에는 농민이 재배부터 제품의 생산, 포장까지 모두 관리하는 제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고추밭 사진을 게시하고 '신토불이 국산 100%' '천연 유기농 비료 사용' '태양 볕에 건조' 등 거짓으로 광고했다. 

또 국내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객만족도 100% 달성', '8만 개가 넘는 최다 고객 상품평'을 받아 최우수 판매자로 선정됐다는 것을 홍보하기도 했다.

A씨는 국내산 고추 가격이 오르자 생산단가를 맞추기 위해 2018년부터 국내산과 섞어서 판매할 생각으로 중국산 고춧가루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점차 국내산 구입량을 줄여나가 2020년에는 판매제품의 85%가 실제로는 '중국산 100%'였음에도 '국내산 100%'로 원산지를 거짓 표시했다.

A씨는 단속에 대비해 벌크 형태의 중국산 고춧가루의 '중국산' 스티커를 버리고 '국내산' 스티커만 보관하고 있다가 압수수색을 당하자 급히 중국산 고춧가루에 국내산 스티커를 부착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특히 제품 가격이 너무 저렴하면 중국산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생각 끝에 다른 판매자와 비슷한 가격대를 책정하는 계산된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A씨는 다른 판매자와 비슷한 적정 가격을 맞추기 위해 국내 공판장 상(上)품 도매가에 맞춰 판매가를 설정했다. 국내산 청양고추는 사용한 적 없음에도 청양고추가 더 비싼 점을 이용해 매운맛 고춧가루에 '청양' 명칭을 붙여 일반 고춧가루보다 더 비싸게 판매했다.

박병현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민생수사2과장은 "농·수산물의 원산지 위반사범을 끝까지 추적, 검거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거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농산물을 구입할 때는 원산지를 확인하고 원산지가 표시되지 않았거나 표시된 원산지가 의심되면 120 다산콜센터, 서울시 민생침해범죄신고센터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